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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관소식

우리복지관 북부분관에서 진행되는 여성장애인 자조모임의  이야기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에서 만든 온라인 서비스 '인문 360'에 소개되었습니다. 소개된 내용을 공유합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 뿌리를 내리다
벨롱장의 Sparkling Seller 여성장애인 자조모임

 

한 사람의 시작에서 이어진 ‘우리의 시작’

“한 사람의 시작이, 두 사람으로 이어져, 어느덧 우리의 시작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방문한 분관 풍경은 고즈넉하다. 쉴 새 없이 내리쬐는 햇빛 속에서도 바닷바람이 실어 나르는 청량감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그늘 한 자락을 빌려 제주 자연이 전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도 좋을 테지만, 먼발치서 얼굴 한가득 웃어 보이는 이를 발견하고서 발걸음을 재촉한다.

제주특별자치도장애인종합복지관 북부분관 전경입니다

▲분관 전경 ⓒ제주특별자치도장애인종합복지관


처음 봤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변유정 사회복지사와의 만남은 친근하다. 우연히 조우한 동무를 만난 듯 끊이지 않던 이야기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여성장애인들의 자조모임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녀와 주고받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여성’과 ‘장애인’이라는 이중적 차별에 맞서는 자조모임 조력자로서의 단단함이 배어 있다.


Q. 여성장애인 자조모임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A. 여성장애인의 사회적 활동 참여 기회가 제한된 상황에서 농어촌지역은 문화서비스 제공이 전무한 상태였어요. 이에 2007년 복지관을 중심으로 여성장애인들이 겪는 일상적 무료함을 개선하고, 방치되는 여가를 활용하는 공예활동 프로그램이 시작되었고 이후 지금의 자조모임으로 정착됐어요. 현재 구좌와 조천을 중심으로 인근 농어촌 지역의 여성장애인 15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30대에서 50대까지 연령이 다양하고, 경제활동을 하는 분도 계셔서 시간 내기가 쉽진 않죠. 그런데도 스스로 의지를 갖고 구성한 모임이다 보니 참여율이 높아요. 마흔이 넘도록 버스를 한 번도 타보지 않았던 분이 모임에 나오기 위해 혼자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모임에 나오지 못한 참여자들의 안부를 챙기느라 연락처를 일일이 기억하고 계시는 분도 계시고요.
 
Q. 여성장애인 자조모임이 플리마켓 셀러로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한동안은 자조모임을 통해 취미활동을 공유하는 정도였어요. 그러다 2017년부터 취미활동에 그치지 않고 재능을 나눠보자는 의견이 모여 ‘벨롱장’이라는 플리마켓에 셀러로 참여하고 있어요. 다육이, 향초, 천연페브리즈, 천연모기퇴치제 등 다양한 제품을 제작하고 판매하기 위해 매주 정기적인 모임과 교육을 받아요. 모임이 있는 날이면 분관이 떠들썩하니 한마디로 잔칫집이 되죠.

Q. 플리마켓에 참여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A. 저희가 참여하고 있는 벨롱장은 도내에서 꽤 유명한 플리마켓이에요. 직접 만들거나 재배한 것만 판매하도록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기 때문에 셀러 신청과정에 의의를 두기로 했죠. 여성장애인 자조모임의 특성과 참여 이유를 진솔하게 작성하고, 물품사진을 플리마켓 운영진에게 제출하며 얼마나 떨렸는지 몰라요. 그런데 벨롱장이 열리기 일주일 전에 덜컥 셀러 승인을 받은 거예요. 셀러로 처음 참여한 2018년 3월 4일은 저희에게 잊을 수 없는 날이 되었어요.
 

Q. 참여 이후 여성장애인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A. 처음 참가할 때에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우리가 만든 물건을 직접 판매할 수 있으리라곤 생각해 보지 못했거든요. 소박한 물건을 파는 어설픈 장사꾼 모습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벨롱장 준비로 물건을 함께 제작하며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고, 참여 과정에서 회원 개개인의 변화가 돋보였어요. 거스름돈을 줘야 하니 자연스럽게 셈에 익숙해지고, 의사소통에 다소 어려움이 있는 회원은 손과 글씨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대화를 하게 되었죠. 당일 활동비를 지급하면 벨롱장에서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사는 구매자가 되기도 하고요. 특히 2인 1조로 순서를 정해 셀러로 참여하기 때문에 구성원 모두가 팀워크와 소통의 중요성을 느끼게 됐어요. 환상의 복식조를 이룬 덕분에 1시간 30분 만에 완판한 날도 있어요.

벨롱장 참여 모습입니다

▲벨롱장 참여 모습 ⓒ제주특별자치도장애인종합복지관


Q. 플리마켓 참여에 대해 주위 반응은 어땠나요?
A. 그동안 여성장애인들은 ‘여성’과 ‘장애인’이라는 편견에 상처받기 두려워 세상에 나가지 못했어요. 누군가 결정해 준 것들만 받아들이며 나의 의지로 선택하는 평범한 삶을 누리지 못했던 게 현실이었죠. 하지만 플리마켓 참여를 통해 세상으로 한 걸음 내디디며 평범한 사람들이 누리는 일상적인 삶의 기쁨을 알게 되었어요. 직접 만든 제품이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모습을 보고, 노동한 대가로 원하는 물건을 구입하며, 이야기와 음식을 나눔으로써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음을 경험하게 된 거예요. 그 누구보다 이를 지켜보는 모임 구성원 가족들의 도움과 지지가 컸어요. 제품 만들 때 필요한 소라 껍데기를 구해주시기도 하고, 장에 함께 나서기도 하죠. 저희가 만든 물건을 구입하는 분들 역시 계산과 포장이 조금 더뎌도 재촉하지 않고, 이후 재구매해주시는 경우도 많아요.


벨롱장 풍경사진입니다
▲벨롱장 풍경 ⓒ제주특별자치도장애인종합복지관

Q. 플리마켓에서 나온 판매액은 어떻게 사용되나요?
A. 제품 판매액은 대부분 다시 재료비로 쓰여요. 제품에 제주의 특색을 담아냄으로써 벨롱장을 더욱 활성화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하고자 하거든요. 따라서 손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가격을 책정하죠. 보통 장애를 가진 여성이기 때문에 저희를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기 쉬운데, 저희는 오히려 저희 제품을 구입하는 분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제주다운 물건을 제공함으로써 좋은 추억과 기쁨을 선물한다고 생각해요. 일회용 컵을 재활용함으로써 지역사회의 환경 문제 해결에도 작게나마 참여한다는 자부심도 있고요.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A. 여성장애인 자조모임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다른 제품과 동등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물건의 품질을 높이고 싶어요. 여성장애인이 만든 물건이기 때문에 사줘야 한다는 동정의 시선은 원하지 않아요. 그러기 위해서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다양한 것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선순환을 만들어 가야겠죠. 그런 체계가 잡히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더욱 넓어지고, 일반인이 누리는 평범한 삶이 여성장애인도 가능해지리라 생각해요.다육이와 닮은 삶선인장류의 식물인 다육이는 주로 줄기에 물을 저장하며 넓은 뿌리를 이용해 사막과 같은 환경에서 살아간다. 건조한 환경을 버텨내기 위해 화려한 꽃과 잎을 버려야 했던 다육이가 자조회원들의 손길에 의해 변화되는 과정은 놀랍기만 하다. 버려진 컵이나 소라껍데기의 밑을 다지고, 다육이의 뿌리를 조심스럽게 내린 뒤 행여나 다칠까 살포시 흙을 덮어주는 모습은 그들이 자조모임을 통해 자신의 삶을 토닥이고 껴안는 과정과 닮았다.

 

여성장애인 자조모임 회원들이 만든 다육이 사진입니다
▲여성장애인 자조모임 회원들이 만든 다육이 ⓒ이경아

 

돌아가는 길이 외롭지 않도록 그들은 다육이를 내 손에 놓아주었다. 오랫동안 곁에 두기 위해서는 바람이 잘 통하는 선선한 장소에 두고 뿌리로 물을 잘 흡수할 수 있도록 세심히 배려해야 한단다. 다양한 관계를 맺어가며 조금씩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여성장애인들 역시 평범한 일상을 만끽하며 살아갈 뿌리를 세상에 단단히 내리고 있다. 불빛이 멀리서 반짝이는 모양을 뜻하는 제주어 ‘벨롱’처럼 플리마켓에 특별한 반짝임을 더해주는 셀러가 된 여성장애인 자조모임, 그녀들을 만날 다음 주 장날이 기다려진다.

 

출처: 인문360(https://inmun360.culture.go.kr/content/382.do?mode=view&cid=2357162)  이경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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